[역사를 바꾼 동물들 4편] 생명과학의 생각을 바꾼 양, 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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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역사 곁에 있었던 또 다른 주인공들우리가 배우는 역사에는 왕과 장군, 과학자와 탐험가의 이름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조금만 시선을 옆으로 돌려보면 인간이 역사를 만들어가는 순간마다 함께 있었던 동물들이 있습니다. 전쟁터에서 메시지를 나른 비둘기, 인간보다 먼저 우주로 향한 개, 생명을 구하는 약을 싣고 눈보라를 달린 썰매개, 생명과학의 생각을 바꾼 양, 그리고 의약품 안전제도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 말까지. 그 동물들은 자신이 역사의 한 장면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겠지요. 이번 연재는 매주 수요일 그런 동물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만나보려고 합니다. |
4편. 생명과학의 생각을 바꾼 양, 돌리
1997년 전 세계 신문과 방송에 평범해 보이는 흰 양 한 마리가 등장했습니다.
이름은 돌리(Dolly).
겉보기에는 다른 양과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돌리는 당시 과학자들이 생각하던 생명의 원리를 크게 흔든 동물이었습니다.
돌리는 1996년 7월 5일 스코틀랜드의 로슬린연구소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성체 세포로부터 복제된 최초의 포유류였습니다.
여기에는 흔히 알려진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돌리가 세계 최초의 복제동물은 아닙니다.
돌리 이전에도 배아세포를 이용해 복제된 동물이 있었습니다.
돌리가 특별했던 것은 이미 다 자란 양의 분화된 성체 세포를 이용해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냈다는 점입니다.
연구진은 여섯 살 된 Finn Dorset 양의 유선세포에서 핵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Scottish Blackface 양의 난자에서 원래 핵을 제거한 뒤 그 자리에 성체 세포의 핵을 넣었습니다.
이 방법을 **체세포 핵이식(Somatic Cell Nuclear Transfer, SCNT)**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배아를 대리모에게 이식했고,
1996년 7월 5일 한 마리의 흰 얼굴을 가진 양이 태어났습니다.
그 양이 돌리였습니다.
돌리의 탄생이 중요한 이유는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 하나를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피부나 근육, 유선처럼 이미 특정 역할을 하도록 분화한 성체 세포도 조건이 갖춰지면 다시 새로운 생명 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유전정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 발견은 이후 세포 재프로그래밍과 줄기세포 연구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세상은 곧 다른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도 복제할 수 있을까?”
“생명을 어디까지 인위적으로 만들어도 되는 것일까?”
“동물을 이용하는 과학 연구에는 어떤 윤리적 기준이 필요한가?”
돌리 한 마리를 중심으로 생명윤리 논쟁이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돌리는 그런 논쟁을 알지 못했겠지요.
로슬린연구소에서 다른 양들과 함께 생활했고, Welsh Mountain 숫양과 자연적으로 번식해 총 여섯 마리의 새끼도 낳았습니다.
2003년 돌리는 폐에 종양이 발견된 뒤 고통을 방지하기 위해 안락사됐습니다.
몸은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에 기증되어 지금도 보존돼 있습니다.
돌리 이야기를 생각하면 저는 한 가지를 떠올리게 됩니다.
사람들에게 돌리는 ‘위대한 과학적 성과’였습니다.
하지만 돌리 자신에게는 태어나고, 먹고, 다른 양들과 지내고, 새끼를 낳으며 살아간 단 한 번의 삶이었습니다.
과학의 발전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연구 결과만큼이나 그 과정에 있었던 생명도 함께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주인공 동물 정보 — 돌리는 어떤 양이었을까?
이름: 돌리(Dolly)
동물: 양
성별: 암컷
출생: 1996년 7월 5일
출생 장소: 스코틀랜드 Roslin Institute
사망: 2003년 2월 14일
새끼: 총 6마리
역사적 기록: 성체 세포로부터 복제된 최초의 포유류
돌리의 유전정보를 제공한 동물은 Finn Dorset 양이었습니다.
난자를 제공한 양과 대리모는 Scottish Blackface 양이었습니다.
그래서 대리모는 검은 얼굴을 가진 양이었지만 돌리는 유전정보를 제공한 Finn Dorset처럼 흰 얼굴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이름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연구진이 ‘유선(mammary gland)’ 세포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컨트리 가수 Dolly Parton의 이름을 따 ‘Dolly’라고 지었습니다.
한마디로 기억한다면
평범해 보이는 양 한 마리가 “이미 다 자란 세포는 어디까지 되돌아갈 수 있는가?”라는 생명과학의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자료 참고: The Roslin Institute, University of Edinbur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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