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사진첩에서 만난 예나와 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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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님은 개를 무척 좋아하셨지만, 개를 집 안에서 키우지는 않으셨다.
오래전, 언니가 두고 간 골든 리트리버 산이는 집 밖에 묶여 지냈다. 낮에는 풀어주셨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산책도 시켜주시고 함께 놀아주셨다. 사랑하지 않거나 예뻐하지 않으셨던 건 아니다. 다만 그때는 지금처럼 개를 가족으로 여기며 실내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는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산이의 시선은 늘 집 안에 있는 가족들을 향해 있지 않았을까.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그 공간으로 들어가 함께 있고 싶지는 않았을까. 그때의 산이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이제야 조금은 헤아려 보게 된다.
산이가 떠난 지 17년쯤 흐른 지금도 아빠는 가끔 말씀하신다.
“나는 개를 기를 자격이 없어. 해준 게 아무것도 없잖아. 집 안에도 못 들어오게 하고, 병원도 아파야 데려갔으니….”
아빠는 개들을 사랑하셨지만,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모르셨던 것 같다. 사람과 개를 같은 선상에 놓고 생각하지 못했던 시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돌보셨지만 지금의 반려견 문화와는 많이 달랐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뒤에야 그때 더 잘해줄 수 있었던 것들을 떠올리며 후회하신다.
진돗개 방원이와 방순이를 제외하면, 우리 집에 왔던 아이들은 대부분 버려졌거나 더는 키울 수 없다며 누군가 두고 간 아이들이었다.
똘이, 공장에서 버려진 코코와 미루, 아롬이와 그 새끼들, 시골로 이사 올 때 함께 온 요크셔테리어 다크, 골든 리트리버 산이, 그리고 마지막 말티즈 나무까지….
그 많은 아이 중 나무와 다크만 실내에서 지냈고, 나머지 아이들은 모두 집 밖에서 살다 세상을 떠났다. 사고로 떠난 아이도 있었고, 광견병에 걸린 아이도 있었으며, 늙어서 자연스럽게 떠난 아이도 있었다. 수술을 몇 번씩 시키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돌보셨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쉬움과 미안함이 남는다.
아이들을 한 마리씩 땅에 묻어주실 때마다 부모님은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하셨다. 그 많은 아이를 떠나보내며 느끼셨을 슬픔을 내가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나 역시 사랑했던 아이들과 원치 않는 이별을 겪은 뒤 상심이 너무 커서, 몇 년째 사진조차 꺼내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런 내가 부모님이 그 많은 아이들을 직접 묻으시며 감당하셨을 마음을 어찌 다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데 지금은 내 고양이가 나와 함께 친정에 머물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달라지면서, 우리 가족의 삶 속에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오늘 오래된 사진첩을 뒤적이다 예나와 산이의 사진을 발견했다.
사진 속 산이를 보니 반가우면서도 마음 한편이 아려온다. 더 잘해줄 수 있었는데, 더 많이 안아주고 더 가까이에서 함께할 수도 있었는데…. 뒤늦은 후회와 미안함이 밀려온다.
그래도 산아, 너를 사랑하지 않았던 건 아니야.
우리가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몰랐을 뿐이야.
부디 다시 누군가의 강아지로 태어난다면, 이번에는 따뜻한 집 안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살아가기를. 아프면 바로 치료받고, 춥거나 비 오는 날에는 포근한 이불 속에서 잠들고, 외로움 없이 마음껏 사랑받으며 살아가기를.
오래된 사진첩 속 산이에게, 그리고 우리 곁을 스쳐 간 모든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잊지 못할 만큼 사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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